‘화석연료를 넘어서’, 민간 석탄발전 정산조정계수 지적하는 서한 전력거래소에 발송
23년부터 수차례 계수 재산정 및 규칙 개정…논의 과정은 모두 비공개
“석탄발전 연명해 사회 전체 지속가능성 위협…불공정한 규칙개정 중단하라”
시민사회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기후위기 시대에 좌초자산이 될 석탄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멈추라며 경고장을 보냈다. 정산조정계수 제도가 민간 석탄발전소에 유리하게 반복 조정되며, 전력시장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 연대체 ‘화석연료를 넘어서’(KBF)는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 위원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삼척그린·강릉안인·삼척블루파워·북평화력 등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위원회가 수차례에 걸친 정산조정계수 재산정과 관련 운영규칙 개정을 통해 이들 석탄발전소에 부당한 특혜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는 발전소별로 각기 다른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전력 구매 금액을 조정한다. 이 계수는 원료 수급이나 가동 여건 등에 따라 결정되는 변동비에 더해 발전소 건설·운영에 드는 투자비와 총괄원가 보상까지 함께 고려함으로써, 발전소의 초과수익은 회수하고 손실은 일정 부분 충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특히 석탄발전소 등이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정산조정계수 제도는 전력시장의 공정성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진해야 할 시대적 흐름과는 점점 괴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력거래소가 정산조정계수를 반복적으로 조정하며, 석탄발전소의 수천억 원대 손실을 보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5차례와 3차례에 걸쳐, 올해 들어서는 이미 1차례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이 이뤄졌는데, 이는 비용평가위원회의 ‘연 1회 산정’ 원칙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잦은 빈도였다.
또한 KBF는 정산조정계수 관련 세부 운영규칙이 2023년부터 총 6차례나 개정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비용평가위원회가 총괄원가에 반영되는 투자비 산정 방식을 변경해, 민간 석탄발전소만을 위한 표준투자비 기준을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수십 곳 중 민간 석탄발전소로 분류되는 곳은 단 4개에 불과한데, 이들만을 위한 별도 규칙이 적용되면서 건설비용 보전이라는 특혜성 조치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가 처한 막대한 손실 위험은 석탄발전이 안고 있는 환경적·재무적 한계와 관련이 깊다. 석탄발전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해 파리협정에 따른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먼저 퇴출돼야 할 부문인 데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전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 속에서 좌초자산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뿐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까지 잇따라 석탄 투자 철회를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 송전제약 문제까지 겹치며, 동해안 민간 석탄발전소의 이용률은 20~30%로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삼척그린과 강릉안인은 이용률이 모두 22%, 북평화력은 33%에 그쳤고, 삼척블루파워는 건설이 지연된 2호기까지 포함한 전체 용량 기준 이용률이 28%에 불과했다.
이렇듯 석탄발전의 위험성이 수차례 경고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은 기존 운영은 물론 신규 발전소 건설까지 강행해 왔으며, 전력거래소는 오히려 이들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산조정계수 재산정 및 규칙 개정 과정이 모두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큰 우려를 낳는다. 비용평가위원회는 의결 안건의 제목과 결과만 형식적으로 공개할 뿐 세부 논의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정산조정계수 산정의 투명성·공정성 부족 문제는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왔다. 2019년에는 감사원이 객관적 검증 절차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며, 지난해에는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정산조정계수에 관한 회의록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전력거래소는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KBF는 이번 서한을 통해 “정산조정계수 제도가 기후위기 시대 좌초자산화된 석탄발전 사업의 수명을 늘리는 조치로 악용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석탄발전소에 유리한 규칙 개정을 중단할 것 △민간 석탄발전소와 관련된 규칙 개정 내역과 논의 과정 일체를 공개할 것 △안정적인 전력시장 운영과 탄소중립을 선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서한 내용]
제목: 전력거래소는 기후위기 주범 석탄발전의 수명연장•수익보장하는 규칙개정 중단하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일부 조항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은 탄소중립 목표의 실효성과 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석탄발전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배출하는 에너지원으로,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며 활용도를 급격히 상실하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은 연간 1억 5천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24%를 차지합니다.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의 파국을 막기 위해 약속한 파리협약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과학자들은 IPCC의 "6차 종합보고서(2023)"를 통해서 국내 석탄발전 퇴출은 2030년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자본시장 역시 ESG 투자와 기후위기 대응이 보편화되고, 석탄발전사업의 재무적, 경제적 위험으로 좌초자산화될 것이 명확해지면서 해외는 물론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이 탈석탄 금융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세계에 걸친 기후변화 대응과 미세먼지, 환경파괴에 따른 우려로 최근 수 년내 동해안 지역에 새로 건설된 석탄화력 발전소는 그 시작 단계부터 사회환경적 위험과 재무적 타당성의 우려로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 같은 논란을 무릅쓰고 건설된 이들 동해안 석탄발전소의 지난해 이용률은 고작 20~30%에 그쳤고, 5년간 이들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 누락되는 등 기후위험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전력거래소는 비용평가위원회를 통해 이들 발전소의 수익 보장을 위해 민간석탄발전소 정산조정계수 산정기준을 조정해 왔습니다. 민간석탄발전소의 정산조정계수는 이들 발전소의 과도한 초과 이윤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발전사들이 수 천억원의 손실 위험에 직면하자 2023년부터 2년 간 총 6차례에 걸쳐 민간석탄발전소와 관련된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 개정이 이뤄졌으며, 민간석탄발전소의 정산조정계수 재산정도 2023년 5차례 2024년 3차례, 2025년 1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들 석탄발전소에 대한 사회적, 환경적, 재무적 위험이 수 차례 경고되었음에도 이를 강행한 사업자들의 증가된 사업비용을 고스란히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들이었습니다.
전력거래소의 이 같은 운영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져져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기후위기 시대에 좌초자산화된 석탄발전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조치로, 화석연료 산업이 초래한 위험을 전가시켜 해당 지역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력거래소에 다음을 요구합니다.
하나, 좌초자산 석탄발전소에 유리한 규칙 개정을 중단하라
하나, 민간석탄발전소와 관련된 규칙 개정 내역과 논의 과정 일체를 공개하라
하나, 공정하고, 안정적인 전력시장 운영과 탄소중립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마련하라
2025년 4월 17일
화석연료를넘어서
가톨릭기후행동, 강릉시민행동, 강원환경운동연합, 경기환경운동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 전남녹색연합,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기후넥서스,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녹색전환연구소, 당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플랜 1.5, 서울환경운동연합, 액티브아시아, 여수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전환포럼,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 제주환경운동연합, 청소년기후행동, 충남환경운동연합,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참고자료]
[표]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 산정 관련 주요 회의 내역
일시 |
회의 |
관련 안건 |
2023. 3. 3 |
2023년 제3차 비용평가위원회 |
제5호: ’23년 적용
북평화력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
2023. 6. 28 |
2023년 제6차 비용평가위원회 |
제12호: ‘23년 적용
북평화력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
2023. 7. 28. |
2023년 제7차 비용평가위원회 |
제3호: 잠정투자비 미확정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 적용에 관한 규정 개정(안) 제4-1호: (제3호 안건 1안) ‘23년 적용 고성하이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제4-2호: (제3호 안건 2안) '23년 적용 고성하이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제5-1호: (제3호 안건 1안) ‘23년 적용 강릉안인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제5-2호: (제3호 안건 2안) '23년 적용 강릉안인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
2023. 9. 2 |
2023년 제9차 비용평가위원회 |
제7호: '23년 적용 북평화력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
2023. 11. 27 |
2023년 제11차 비용평가위원회 |
제7호: 시운전발전기 적용 민간석탄 정산조정계수에 관한 규정 개정(안) 제8호: '23년 적용 삼척화력 1호기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
2023. 12. 2 |
2023년 제12차 비용평가위원회 |
제10호: '24년 적용 북평화력 정산조정계수 산정(안) |
2024. 2. 26 |
2024년 제2차 비용평가위원회 |
제5호: '24년 적용 삼척블루 정산조정계수 산정(안)
|
2024. 3. 27 |
2024년 제3차 비용평가위원회 회의 |
제5호: 민간석탄발전기의 정산조정계수 산정기준 개정(안 제6호: '24년 적용 북평화력 정산조정계수 산정(안) 제7호: '24년 적용 고성하이 정산조정계수 산정(안) 제8호: '24년 적용 강릉안인 정산조정계수 산정(안) 제9호: '24년 적용 삼척화력 정산조정계수 산정(안) |
2024. 4. 26 |
2024년 제4차 비용평가위원회 회의 |
제5호: 강릉안인#1,2 투자비 검토 결과 보고서 제출 기한 연장(안) |
2024. 6. 27 |
2024년 제6차 비용평가위원회 회의 |
제12호: ’24년 적용 민간석탄발전기별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
2024. 9. 27 |
2024년 제10차 비용평가위원회 회의 |
제6호: '24년 적용 민간석탄발전기별 정산조정계수 재산정(안)
|
2024. 10. 25 |
2024년 제11차 비용평가위원회 회의 |
제4호: 민간석탄발전기의 정산조정계수 산정기준 관련 규정 개정(안)
|
2024. 11. 28 |
2024년 제12차 비용평가위원회 회의 |